몇년전 홍콩 유명 배우 장국영이 23층에서 투신 자살을 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주윤발과 함께 출연한 '영웅본색'을 보면서 우리도 의리에 살아야 한다고 친구들과 함께 뭉쳐다녔던 기억이 나는데....
오늘은 우울증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우울증도 여러 증세가 있는데 그 중 멜란코리아(Melancholia)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한다...
우리는 일상 생활중에 가끔 멜란코리아(Melancholia)란 말을 쓴다. 멜란코리아란 용어는 고독하고 쓸쓸하다는 뜻으로 통하며 특히 젊은이들은 허전한 마음,텅빈 마음 그리고 무언가 잃어버린 마음으로 통한다. 그래서 가을이 오면 젊은이들 중에 멜란코릭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잊혀진 계절이라고 노래 부르며('이용'이란 가수가 불렀었죠...^^) 공연히 멜란코리아에 빠져든다. 별로 큰 일도 아닌데 심각히 생각하면서 하늘만 쳐다보며 걷는가하면, 친구 사이에서 농담이 오가지만 결코 웃지 않으며 오히려 비웃는 기분으로 그 자리를 떠나버리기도 하고....별로 말이 없으면서도 한마디 하면 매우 부정적이고 비판적이고... 그래서 자기 딴에는 깊은 철학이 담긴 이야기 같지만 남은 우습게 받아들이기 일쑤여서 개똥철학자란 별명도 붙게 되는 것 같다. 한마디로 친구간에 괴짜로 통한다. 고로 그는 가까운 친구도 없다. 가끔 직장 안에서 이런 친구를 만나게 되면 도와주고 싶지만 친해질 수 없어 답답한 마음 뿐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멜란코리아를 우울증과 똑같이 사용했지만 지금은 우울증의 여러가지 증상 중에서 그 한가지로 삼고 있다.
우울한 마음의 심리기제는 역시 상실의 심리인 것이다(갑자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이 대부분이지만 미워하는 대상의 상실에서도 마음은 우울하게 상처 받기도 한다
그 대상 자체가 사람일 수도 있고,물건일 수도 있으며,마음도 될 수 있기에 상실의 심리는 어느 경우에나 우리의 마음을 멜란코릭하게 만들어 버린다. 멜란코리아에 빠져들면 우선 밥맛이 없어지며(식욕부진),머리가 무겁고 멍하게 아파지며(두통증),땅이 꺼지는 듯 힘이 없어지며(피로증),잠들기가 힘들며(불면증),몸무게가 가벼워지는(체중감소) 다섯가지 신체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내과적 검사나 종합검사 소견은 정상이다.(희안도 하여라...ㅡㅡ;;;) 이 다섯가지 증상이 있으면 우선 마음속의 멜란코리아를 빨리 밀어내야 할 것이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36살 먹은 독신녀가 있었다. 소규모의 무역회사에서 근무한지 10년이 된 그녀는 사장님의 팔다리와 같았다. 그녀가 없으면 회사는 마비되었고, 문서수발에서부터 손님접대는 물론 영업상담까지 모두 베테랑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말았다. 이유는 몸이 쇠약해진다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위에 말한 다섯가지 증상 모두가 그녀를 괴롭힌지 벌써 수개월이 되었던것이다.그녀는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 다녔다. 의사는 그녀에게 멜란코리아에 빠졌다고 하며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아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그녀의 잃어버린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팔순이 넘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온, 효성이 지극한 외동딸이었다.어머니 한 분에게 모든 것을 바쳐왔던 것이다.그래서 아리따운 시절,혼기도 모두 놓쳐버리고 이제 올드미쓰라는 말 듣기가 몹시 짜증스러웠다.몇 달전에 친구의 소개로 상처한 남자를 소개받고 교제가 시작되었다. 그는 유능한 중년 실업가이며 어린 딸 둘을 두고 있었다.그런데 그녀와 똑같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던 것이다.결혼조건은 두 아이들은 물론,홀어머니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그러나 이제 그녀는 그를 사랑하게 됐으니 모든 것을 감수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가장 아픈 고통은 자신의 홀어머니를 어찌하냐는 심각한 문제였다. 여기서 멜란코리아는 시작된 것이다. 잊어야하고, 잊고 싶은데 잊을 수 없는 대상의 상실에서 오는 갈등,이것이 그녀를 멜란코릭하게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바로 그녀의 무의식 세계에서는 끊임없는 반동작용이라는 정신방어가 그녀의 갈등을 해결하려고 가동되고 있었으리라 본다.
좀더 쉽게 말하면 늙은 홀어머니에게 향한 지나친 효성으로 자기희생을 스스로 강요 당하다가 혼기를 놓쳐버린 억울한 마음이라고 볼 수 있겠다.그 깊은 마음속에는 오히려 어머니에게 향한 적개심,저주하는 마음,심지어는 빨리 돌아가셨으면 하는, 의식적으로는 원치 않는 욕망이 그녀를 멜란코릭하게 만든 원흉이라 풀이되었던 것이다.
그녀가 지금은 어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행복한 결혼생활이 이어지고 있으리라 믿고 싶다.